[데스크칼럼] 6년 5개월이라는 시간을 들여 배운 것

  • 등록 2023-09-06 오전 5:01:00

    수정 2023-09-06 오전 5:01:00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6년 5개월. 중국이 한국 단체관광 제한조치(한한령·恨韓令)를 해제하는데 걸린 시간이다. 바꿔 말하면 국내 관광업 종사자들이 허리띠를 졸라맸던 인고의 시간이었다.

그 시작은 2016년이었다. 우리 정부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결정을 내리자 중국은 2017년 3월부터 한국행 단체 비자 발급을 전면 중단하며 빗장을 걸어 잠갔다. 중국의 일방적인 조치는 국내 산업에 큰 타격을 안겼다. 한 해 800만명에 이르던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국내 관광산업은 물론 연관된 다른 산업까지 크게 흔들렸던 것이다. 당시 국내 각 연구기관들은 중국의 한한령으로 인한 피해규모를 22조원까지 추산했었다.

굳게 닫혔던 중국의 빗장이 대뜸 열렸다. 지난달 10일 중국 정부는 한국 단체관광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사실 발표 몇 주 전부터 중국이 일부 국가의 단체관광을 허용한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중국 정부가 일부 항공사와 현지 여행사에 ‘일본은 확실하지만, 한국은 반반이다’는 것이었다. 우리 정부가 미처 확인에 나서기도 전에 정국 정부가 기습 발표했다.

아쉬운 점은 우리 정부의 대응이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환영 일색이다. 손님맞이 매뉴얼도 꼼꼼히 작성했다. 4일 발표한 ‘방한 중국인 관광객 200만명’ 달성 마케팅 계획이다. 계획에는 단체비자 발급 수수료 면제와 면세점 할인 축제 등 방한 수요 증대를 위한 ‘유인책’은 물론 면세 환급 절차 간소화 등 방한 중국인 관광객의 씀씀이를 늘리기 위한 ‘당근책’까지 포함됐다. 중국인의 씀씀이가 우리 내수진작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중국 관광객은 2019년까지 방한 규모 1위(602만명)였다. 한국 여행 지출 경비도 전체 외국인 평균보다 38% 높았을 정도다.

그만큼 중국은 관광 수지 적자 해소에 필요한 핵심시장이다. 다만 이번 조치로 과거와 같은 ‘훈풍’을 기대하는 게 적절한지는 짚어봐야 할 문제다. 중국 내 경기 침체가 그 이유 중 하나다. 현재 중국은 경제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지난해 말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도 부진한 소비를 기록하며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국면에 진입했다. 최근에는 중국 최대 부동산개발회사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까지 맞물렸다. 과거와 같은 씀씀이를 기대하는 건 지금으로선 무리다. 국제정세도 복잡하다. 최근 중국은 한미일 동맹 강화 외교에 불편한 감정을 노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현 정부가 미국의 대중국 견제정책에 참여하면서 중국과 거리를 두는 것에 대한 반발하고 있다. 중국 내 반한 여론도 변수다. 사드 사태 이후로 중국 내 반한감정은 계속 악화됐고, 덩달아 국내 반중 정서도 높아지고 있다.

언제든 한중 관계가 다시 악화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중국이 한국 단체관광을 또 불허하며 정치적 또는 경제적 무기로 쓸 수 있다는 이야기다. 우리 속담에 ‘한 번 실수는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라는 말이 있다. ‘자신의 실수를 뼈아프게 반성한 뒤 이를 목표를 이루는 거름으로 삼아라’는 뜻이다. 지난 6년 5개월이라는 시간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이제는 어떤 중국발 위험이 와도 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응전략 마련에 속도를 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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